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그래도 가끔은 힘껏 표현해 주세요.
낯설고 새로운 존재의 깜짝 등장!
아빠가 데려온 길 잃은 앵무새의 이름은 ‘지미’입니다. 앵무새 지미가 온 날부터 집안은 변화가 생깁니다. 사실 그동안 잭과 아빠 둘이 있을 때, 집은 뭔지 모를 서먹한 기운이 감돌았습니다. 둘이 마주 보고 있어도, 나란히 앉아 있어도, 함께 무언가를 할 때도 말이지요. 그랬던 아빠의 집에 어느 날 불쑥 ‘지미’가 들어오며 조용했던 그곳은 소란스러워지며 활기마저 돕니다.
그런데 즐거워 보이는 이들 가운데 외딴 먹구름처럼 느껴지는 한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주인공 잭입니다. 잭은 어쩐 일인지 앵무새 지미를 달가워하지 않습니다. 지미와 아빠가 재미있게 놀 때도 멀찌감치 떨어져 있지요. 하지만 잭의 시선은 자주 아빠를 향해 있습니다.
잭은 왜 같이 어울리지 않을까? 왜 웃지 않을까? 지금은 어떤 기분인 걸까? 잭의 마음을 따라가며 책장을 넘겨 보세요. 어느 순간 뭉클한 감동을 느낄 수 있습니다.
어린이의 속마음을 가장 잘 아는 작가, 안나 워커
안나 워커는 어린이의 속마음을 놀랍도록 깊이 이해합니다. 그리고 이를 간결한 글과 섬세한 그림으로 부드러우면서도 치밀하게 표현하지요. <어서 와, 지미>는 특히나 어린이와 어른의 관계를 주목하기에,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의 마음까지 동시에 책의 곳곳에 세심하게 담고 있습니다.
이 책의 주 배경인 아빠 집은 현재 아빠의 마음이 그대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시든 화분과 텅 빈 이구아나 집, 쌓인 서류들을 보면 여유가 없는 아빠의 마음이 짐작됩니다. 또 웃긴 얘기를 좋아하는 아빠라는 잭의 소개와 달리 정작 아빠 얼굴엔 웃음기가 보이지 않습니다. 이런 것들을 보며 아빠의 외로운 마음을 조용히 속으로 헤아리는 잭은 여느 감수성 많은 어린이 모습 그대로입니다.
앵무새가 온 후 아빠가 다시 웃고, 화분에도 초록 새싹이 조금씩 돋아나지만, 여전히 마음과 달리 아빠 주변을 맴돌기만 하는 잭. 앵무새들로 가득한 불 꺼진 방은 잭의 마음이 얼마나 무거운지 극적으로 표현된 장면입니다. 가엾은 잭…… 꿈과 현실이 뒤엉킨 방 안에서 잭은 그동안 꾹꾹 담아두고 참았던 마음을 표출하고 맙니다.
“언제나 네 생각보다도 더 깊이 널 사랑한단다.”
부모와 자식은 깊은 애정과 신뢰의 끈으로 묶여 있습니다. 하지만 부모의 커다란 사랑을 아이가 온전히 느끼고 그 속에서 안도감을 느끼게 하려면 노력이 필요합니다. 무조건 크고 많은 것이 아니라 작더라도 진심 어린 마음이 전달될 수 있는 사랑의 표현 말이지요.
잭은 요즘 들어 아빠와의 사이에 작은 틈이 생겼다고 느끼고, 어찌 해야 할까 망설이고 있던 차에 앵무새 지미까지 끼어드는 것 같아 더욱 불안해졌습니다. 하지만 비가 오던 날, 잭은 아빠를 위해 그토록 마음에 들어 하지 않던 지미를 찾아 나섭니다. 그리고 지미 대신 정말 소중한 것을 찾게 됩니다. 이제껏 표현이 서툴러 서로를 향한 사랑이 서로의 마음에 닿지 않았던 잭과 아빠는 그제야 진심을 알게 된 것이지요.
폭풍이 지나고 갑자기 나타나서는 잭과 아빠의 연결 고리를 단단하게 만들어 준 지미. 이 깃털 달린 장난꾸러기 앵무새는 잭과 아빠의 서로를 향한 마음이 모여 만들어진, 서로를 위한 깜짝 선물이 아니었을까요? 지미처럼 아빠의 농담에 깔깔거리고, 아빠를 외롭지 않게 해주고 싶은 잭의 마음과 지미처럼 스스럼 없이 잭에게 장난치며 가까워지고 싶었던 아빠의 마음 말이지요.
서로의 진심을 알았기에, 이전과 같은 일상이 반복되어도 잭과 아빠의 표정은 달리 보입니다. 집은 따뜻한 공기로 가득 차 있고요.
아이들은 가끔씩 부모의 사랑이 궁금합니다. 아이들 마음 속 그 작은 질문에 <어서 와, 지미>가 답이 되어 줄 것입니다. “언제나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도 더 깊이 널 사랑한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