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야, 너는 새로운 것을 아주 많이 보게 될 거야.”
따뜻하고 절제된 글, 깊이
있는 목탄화로 전하는
엄마 곰의 크고 간절한 사랑 이야기
엄마와 늘 함께하는 따뜻한 여행
“엄마 곰이 겨울잠을 자던 동굴에서 걸어 나왔어요.” 첫
화면은 이 한 줄의 간결한 글과 엄마 곰의 평온한 얼굴로 가득 찹니다. 오랫동안 어두운 동굴에 있었던
엄마는 눈부신 봄 햇살과 파릇한 봄 내음에 한껏 여유로워 보이고, 엄마 곰 옆에 꼭 붙어 있는 사랑스런
아기 곰은 설렘으로 가득한 봄과 꼭 닮았습니다.
“여기서 우리 여행을 시작하자꾸나.” 이렇게 시작된
엄마 곰과 아기 곰의 여행은 여름, 가을을 지나 눈송이가 흩날리는 무렵까지 계속됩니다. 겨울을 보낼 동굴을 찾아 나선 길에서 둘은 잠시 언덕 위에 나란히 앉아 흰 눈이 덮인 숲을 내려다 봅니다. 그곳에는 지난 봄부터 지금까지 늘 함께 했던 소중한 기억이 가득하기 때문이겠지요. 아기 곰은 영원히 기억할 것입니다. 지난 여름, 엄마가 해준 세상에서 가장 힘이 나는 따뜻한 말을요.
“아가야, 엄마는 늘 네 곁에 있단다.”
엄마 곰의 크고 한결 같은 사랑
아기 곰에게는 모든 것이 다 처음입니다. 아기 곰은 엄마를 따라서 조심스럽게 세상을 만나기 시작합니다. 헤엄치는
법, 사냥하는 법, 열매 구하는 법도 배우며 아기 곰은 조금씩
성장해 나갑니다. 아기 곰은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을 엄마를 보며 자연스럽게 익힙니다. 그런데 하나 눈에 띄는 것은 엄마 곰이 아기 곰에게 맨 처음 알려 준 것이 ‘친구
사귀기’ 라는 것입니다. 아기 곰이 앞으로 살아가는 데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엄마 곰은 잘 알고 있었나 봅니다.
이렇듯 아기 곰에게 낯선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법을
가르쳐 주는 것은 다름 아닌 엄마 곰의 크고 한결 같은 사랑입니다. 하지만 때가 되면 엄마 곰은 아기
곰의 곁을 떠나겠지요. 이 또한 아기 곰을 위한 엄마의 강한 사랑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이번 겨울 동굴 안에서 아기 곰을 꼭 끌어 안고 있는
엄마 곰에게서 우리는 자식을 향한 애틋하고 간절한 부모님의 사랑을 만납니다.
강하고 따뜻한 목탄화의 매력
<사랑하는 아가야>는 목탄으로 그려졌습니다. 먼저 주인공들을 볼까요? 목탄 특유의 거칠면서도 따뜻한 터치로 엄마
곰과 아기 곰의 모습에 온화한 생명력을 불어 넣어 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엄마 곰과 아기 곰
사이의 사랑을 더욱 깊고 진솔하게 전달하고 있지요. 봄부터 한겨울까지 이어지는 자연의 모습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흑백의 단순한 색감이지만, 계절이 바뀔 때마다 싱그러운 풀 내음이
나는 듯하고, 때로는 차가운 공기가 코끝에 닿는 것같이 생생합니다. 흑백의
절제된 그림이 색과 공간은 독자의 몫으로 남겨 더 큰 감동을 이끌어 냅니다.
(덧붙여, 작가는 인터뷰에서 곰의 감정 표현에 눈썹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했습니다. 책을 볼 때 곰의 눈썹도 눈 여겨 보세요.)
이 책을 보면 어느 영화 한 편이 떠오릅니다. 바로 장 자크 아노 감독의 <베어>로 아기 곰의 성장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그려내 명화로 손꼽히고 있지요.
<사랑하는 아가야>는 15장의 정지된
그림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그 안의 경이로운 자연의 모습과 엄마 곰의 크고 간절한 사랑은 영화의 스케일과
감동에 부족함 없이 모든 독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